2021.10.06 (수)

독자투고란

박힌 유리조각

-소설 소나기 이어쓰기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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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연기가 자욱한 사무실에는 어른이 되어버린 소년이 있다.

그의 책상 서랍 속 담긴 담뱃갑은 휑하니 비어있다. 고개를 든 그의 눈은 더는 옛 그것이 아니게 되었다. 소년의 순수하던 눈은 잦은 야근으로 인한 피로로 충혈되어있다. 소년이 성인이 되던 해, 그는 서울로 올라와 한 제약회사에 입사하였다. 그는 부정하지만, 그가 이 회사에 입사한 이유에는 꽃봉오리를 피우기도 전에 가버린 한 소녀가 있었다. 그에게 어린 소녀는 '박힌 유리조각'이다. 살에 박혀선 빠지지 않고 상처가 아물어 새 살이 돋아나며 덮어져 버렸다. 그럼에도 계속해서 사라지지 않고 잔잔한 통증을 일으키곤 했다. 그 통증은 그에게 거슬리는 것이었다. 그러나 소년은 이젠 성장하여 어른이 되었다. 시간은 그를 기다려 주지 않았고 과거에만 머물러 있을 수 없었다. 이제와서는 소녀와 했던 대화도 그날 같이 보았던 풍경도 기억나지 않는다. 시간이 지난 지금은 상처 속 유리조각이 조금씩 깎여 남아 있지 않다. 지난 시간 속 마모되어 사라져버렸다. 하지만 상처가 다 나은 후에도 따라오는 환상통은 영원히 그의 곁에 머물 것이다. 그는 그것을 단순한 떨림일 뿐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갈 것이다. 계속되는 떨림을 곧 사라질 사소한 것이라고 여기며 자신은 성장했다고 생각하며 살아갈 것이다.

 

<해설>

 그가 서울로 올라온 이유는 소녀가 서울에서 왔기 때문이다. -> 그가 제약회사에 입사한 이유는 약도 변변히 못 써보고 죽은 소녀 때문, 하지만 그는 자기방어 때문인지 부정한다. -> '소년'을 '그'라고 칭하며 어른이 되어버렸다는 표현은 소년이 순수함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의미한다. -> 소녀를 '박힌 유리조각'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박힌 당시에는 따끔하고 넘겨버리지만 결국 박혀선 상처를 만들고 새 살이 돋아도 안에 남아 염증을 일으키는 유리조각의 상처가 환상통을 남겨 '소년이 소녀와 함께한 추억은 시간 속에 덮여 지워져 버렸지만 소년이 받은 상처는 결국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'을 나타내고 싶었기 때문이다. -> '그는 자신이 성장했다고 생각하며 살아갈 것이다.'라는 것은 상처가 남아 피폐해진 마음이지만 이를 극복했다고 생각하는 그의 모습으로 엔딩을 메리 배드 엔딩으로 이끌고 싶었기 때문이다. ※[메리 배드 엔딩] : 남들의 시선에선 배드엔딩이지만 자신은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하는 것.